[한북정맥] 종주산행기

초록물결로 여름을 맞이하는 한북정맥을 간다

2020-07-11     이성영 기자

[글로벌신문]  백두대간의 추가령(楸哥嶺)에서 갈라져 남쪽으로 한강과 임진강에 이르는 산줄기가 한북정맥이다. 이 한북정맥은 북으로는 임진강이, 남으로는 북한강의 울타리가 되므로 그 위세에 걸맞게 거느린 줄기도 많아 필자는 이 줄기를 거니는 동안 많은 지맥들과 그 지맥에 속한 명산들을 즐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한북정맥은 백두대간 상의 추가령(752)에서 시작하여 백암산(1,111m)을 거쳐 남하하다가 적근산(1,073m)에 이르러 남한땅으로 넘어와 대성산(1,174m), 수피령(740m), 복주산(1,152m), 광덕산(1,046m), 백운산(907m), 국망봉(1,168m), 강씨봉(840m), 청계산(849m), 운악산(936m), 죽엽산(601m),도봉산(740m), 노고산(495.7m), 장명산(102m)으로 이어진 뒤 서해로 잠긴다.

현재 국토 분단 때문에 북한 구간은 물론 적근산에서 대성산에 이르는 남한 구간도 출입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한북정맥 산줄기 타기란 수피령에서 장명산에 이르는 약 175㎞ 구간 산행만 가능하다. 첫 구간으로 수피령~광덕고개, 약 19.6km을 이번 산행으로 찾아 가본다.

 

강원도 땅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서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를 넘는 56번국도 수피령 바로 아래 위치한 대성산 전적비에서 시작한다. 정맥길은 강원도 화천군과 철원군의 군계가 되며 이 군계를 따라가며 1000고지 이상 솟구침 봉우리들이 광덕산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수피령

전적비에서 북쪽 고개 쪽으로 올라 좌측 너른 도로로 들어가서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수피령고개-교통표지판

산행 등산로도 잘 보이고 군사용 비상도로도 가다 절개지도 만나고 곳곳에 군용 삐삐선이 있는 등로를 따르면서, 잠시 군대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복계산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 우회전해 1008봉을 넘어 20분 정도 진행하면 매월당 김시습의 전설이 깃든 복계산(1,027.2m)이 나온다.

복계산정상석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단종 애사를 노래하며 은거하던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의 한 서린 비애와 슬픈 노랫소리는 폭포의 눈물처럼 흘러내린다는 복계산이다. 대성산은 물론 적근산과 북한 쪽의 오성산까지 조망하면서 철원평야 좌측으로 왕재지맥과 보개지맥이 흐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갔을 때는 이른 아침 안개낀 날씨로 흐려서 조망하지 못한다.

복계산 삼거리로 되돌아나와 우측으로 정맥길 산행을 계속하면 촛대봉(1,010m)을 지나게 된다. 능선길 걷다보면 군용 벙커와 개인용 호를 계속 보게 되고, 총성소리(군사격장훈련)도 듣게 된다. 바로 이곳이 남북군사분계선이 가까운 군사지역임을 실감한다. 정맥길은 1082봉을 지나 내려서면 폐헬기장을 지나 군창고를 하나 만나게 되고 이를 지나면 헬기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복주산(1,151.9m) 2등급 삼각점(갈말23)이 박혀있다. 그러나 약 30m정도 더 가면 복주산정상석(1,152m)을  만날 수 있다.

복주산

정맥길을 계속 진행한다. 다시 헬기장을 만나고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을 오르고 내리면 우측으로 잠곡저수지가 보이고 하호현에 도착한다. 하호현 아래 터널이 생겨 차량이 없는 구도로를 가로질러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 두 개 정도를 지나게 되는데, 두 번째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가 회목봉(1,027m)이다. 정상석은 별도로 없지만 목판 표자판이 정겹다.

회목봉

회목봉을 지나면서, 전방으로 광덕산의 기상관측소가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우측으로는 상해봉의 봉우리 구름위로 가까이 보이면서 이내 회목현에 도착한다.

회목현

회목현부터는 임도를 따라 진행되고, 약 100m 정도 오르니 우측으로 군삼각점이 있는 너른 곳이 보이고 그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상해봉이다. 상해봉을 갔다 올까? 좌회전해서 광덕산으로 바로 갈까? 하는 갈등도 잠시 상해봉으로 향한다.

상해봉

상해봉(1,010m) 정상석 뒤로 넘으면 신술현을 지나 산해단맥이 계속 이어진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상해봉 정상에서 산해단맥 길과 지금까지 온 길을 조망한다. 그리고 상해봉 앞 쪽으로 광덕산 정상에 기상관측소 돔이 보인다.

상해봉에서

상해봉에서 발길을 광덕산 방향으로 뒤 돌린다. 잘 포장된 임도길에는 기상관측소와 천문대에 가는 차량들이 가끔 지나가고 필자도 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천문대를 잠깐 구경하고 기상관측소를 우측으로 돌아서 약50m를 전진하니 광덕산(1,046m) 정상이다.

광덕산

정상석이 있는 광덕산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자등현을 지나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에 이어 사향산, 보장산을 거쳐 영평천으로 잠기는 도상거리 약 52.3km의 명성지맥이 된다. 이 광덕산에 이르러 경기도 포천시를 만나게 되면서 이제부터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도계를 따라 진행하게 된다. 광덕산에서 직진하여 광덕고개로 내려서기 전 663.4봉에서 4등급 삼각점(갈말427)을 보고는 바로 광덕고개로 향한다.

광덕고개(경기도/강원도

산행 날머리는 경기도 포천 이동과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를 잇는 지방도로 상의 고갯마루인 광덕고개로 떨어지면서 한북정맥 첫 구간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