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남의 인재육성 칼럼] 매일매일 걷는 ‘내 길’은 어디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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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의 인재육성 칼럼] 매일매일 걷는 ‘내 길’은 어디있는가
  • 유창수 기자
  • 승인 2022.04.19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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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前 광주일보 편집국장(언론인)
김종남 前 광주일보 편집국장(언론인)

[글로벌신문] 대한민국에 걷기열풍을 불러일으킨 올레길 이사장 서명숙이 며칠 전 강연차 광주에 왔다. ‘강연 시간보다 빨리 와 광주천변길을 조금 걸었다. 콩크리트로 만든 청계천변 길보다 더 좋더라! 도심 천변길은 산소통 같은 역할을 한다. 신호등도 없고 자동차 매연도 없고 언제나 바로 접근할 수 있고, 얼마나 좋으냐! 종합병원 같은 올레길이 너무 멀어 가지 못하면, 집 근처 병원 같은 천변길을 걸어라!’ ‘치유의 길을 만든 기자 출신 올레꾼다운 말씀이다.

<4차 혁명시대, 걷기가 더 필수다>, 강연주제다. 광주문화재단이 기획한 빛고을 융복합 렉처콘서트첫 번째 강연자다. 이상스럽게도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걷기를 줄인다. 지금은 600만 년 전 인간이 발명했다는 직립보행이 퇴보하는 시대다. 두 발로 서서 걷는 동물이 걷지 않으면 위장, 심장, 머리도 잘 안 움직여 문제가 생긴다. 서명숙은 안 걷는 시대에 두 발이 의사가 되고 간호사가 되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안타이오스 얘기가 생각난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안타이오스는 땅에 몸이 붙어있는 한 당할 자가 없다. 땅에 쓰러지면 어머니 가이아로부터 힘을 얻어 더욱 팔팔해졌다. 헤라클레스는 안타이오스를 공중에 들어 올렸다. 땅에서 발이 떨어진 안타이오스는 힘을 잃었다. 4차 혁명 시대의 인간은 공중에 들어 올려진 안타이오스가 되는 건 아닐까.

두 발 걷기는 몸을 움직이고 마음도 움직인다. 나의 마음은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 멈춰 있을 때는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 자연회귀를 주창했던 루소의 말이다. 기자 출신 작가, 에릭와이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루소처럼 걷는 법을 썼다. 수줍음이 많고 불면증, 전립성 비대증에 시달리던 루소는 마차여행을 싫어해 언제든 늘 걸어 다녔다. 하루에 20마일을 걷기도 했다. 루소는 걸을 때 게임용 카드를 들고 다니며 생각을 적었다.’

사색을 좋아하는 철학자들은 걷기를 유난히 즐긴다. <월든> 작가이자 자연주의 철학자 소로도 매일매일 콩코드 교외를 걸었다. “루소처럼 소로 역시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명료하게 사고하지 못했다. 루소가 명상에 빠졌다면 소로는 어슬렁거렸다. 소로는 허리를 굽혀서 두 다리 사이로 뒤집어진 세상을 보며 감탄했다. 세상을 뒤집으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에릭와이너는 기술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30여 년 전, 통독 1주년 취재차 독일에 갔을 때 철학자의 길을 잠시 걸어본 적이 있다. 멀리 네카 강, 하이델베르크 고성과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그림처럼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길이다. 칸트,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거 같은 대 철학자들이 이 길을 걸으며 영감을 받았다. 일본에도 교토에 철학의 길이 있다고 들었다.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산책하던 길이다. 니시다 문하생 중 하이델베르크에 유학했던 제자들이 독일 철학자의 길을 본따 이름지었다 한다.

철학자 길을 걷는다고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건 아니다. 철학자가 자주 걸었으니 철학자 길이 된 것이다. 한국인들은 철학자가 될 밑바탕이 많다. ‘10대 딸이 K-팝에 열광해 한국말을 독학으로 배운다는 에릭 와이너는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탐구적인 민족이다. 사색적인 동시에 실용적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철학 그 자체다.”라고 말한다. 우리 한국인이 자주 걷기만 하면 다 철학의 길이 될 만하다.

지난주에는 청년 김대건 길을 걸었다. 은이성지에서 출발해 신덕고개, 와우정사까지 3km를 왕복하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대한민국처럼 걷기 좋은 길들이 널려있는 나라가 있을까. 내가 매일매일 걷는 내 길은 어디에 있는가.

언론인 김종남은...

광주서석초등학교, 광주서중학교,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1967년 ROTC 장교로 임관, 강원도 양구에서 2년 반 병역을 마치고 1971년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에 입사, 30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1982년 미국미주리대학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언론학을 연수했다. 1997년 광주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하고 16년간 광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언론과 지역사회, 언론사상사, 언론문장론을 강의했다. 2001년 광주일보를 나와 4년 동안 광주비엔날레 사무총장을 지낸 후 (사)무등사랑 청년취업아카데미와 인생나눔교실 등에서 글쓰기 특강과 멘토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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