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위와 역할을 상실한 우리나라 노인(老人)···현대판 고려장이 현실화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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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위와 역할을 상실한 우리나라 노인(老人)···현대판 고려장이 현실화 될지도
  • 유창수 기자
  • 승인 2020.02.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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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高麗葬)은 늙은 부모를 산속의 구덩이에 버려두었다가 죽은 뒤에 장례를 지냈다는 풍습으로 오늘날에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고려(高麗)라는 명칭 때문에 우리나라 고려 시대에 있었던 장례 풍습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러한 풍습이 있었다는 역사적 자료나 고고학적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풍습과 관련된 설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설화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마치 이러한 풍습이 실재했던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으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고려장이라는 명칭이 굳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노인의 약 23.6%가 고독사를 걱정한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의하면 노인의 26%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수도권 거주(31.0%), 저학력자(30.5%), 배우자가 없는 경우(32.0%), 1인 가구(33.7%)일 경우에 그 응답률이 더 높았다. 노인차별도 21%나 되었는데 1인 가구일수록, 교육 정도가 낮을수록, 경제나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특이한 것은 노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존엄사에 찬성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일명 ‘웰다잉법’이라 일컬어지는 “연명의료결정법” 2016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이다. 그런데 이 법에 의한 조건을 충족하려면 임종기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연명의료를 원치 않음을 명확히 밝혀 둬야 한다. 또는 가족 2인 이상이 환자의 평소 뜻을 확인해 두어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한다. 미성년 환자는 법정대리인(친권자)이 대신 결정할 수 있다. 본고에서 말하는 노인이란 65세 이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노인인구비율이 높아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기간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짧다. 일본25년, 미국75년, 스웨덴85년, 프랑스115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2025년도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가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때문에 지금 당장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노인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누구든지 요절하거나 사고사를 당하지 않는 이상 노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집안이든 가족 중에 노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노년기는 상실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첫째는 건강의 상실이요 두 번째는 의존의 상실이다. 자녀들과의 동거율이 나날이 낮아져 독거노인 또는 노인들만 사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수입의 상실, 네 번째는 지위와 역할의 상실, 다섯 번째는 보람의 상실, 여섯 번째로는 사회참여기회의 상실이다. 이런 현실이 노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다가 고려장이 현실화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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