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리그 14년, 과거-현재-미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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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리그 14년, 과거-현재-미래를 보다
  • 박언용 기자
  • 승인 2022.12.2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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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리그의 풍경
초중고리그의 풍경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유소년 축구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초중고리그다. 2009년 공식 출범해 올해로 14년을 맞이하는 초중고리그는 유소년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혁신적인 ‘Play, Enjoy, Study’

과거의 유소년 축구는 전국에서 열리는 토너먼트 대회를 중심으로 이어져왔다. 각 팀의 목표는 오로지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수들은 대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지방 원정을 떠나야 했고, 학교 수업을 빠져야 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시달려야 했다.

전국대회 중심의 유소년 축구 문화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첫 번째는 교육의 부족이다. 모두가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사회에 나가 방황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축구부 학생들의 잦은 수업 결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 명의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를 잃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두 번째는 경기 경험 부족이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 경기 경험 부족은 큰 문제다. 토너먼트 대회는 조기에 탈락하면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많은 팀들이 고학년 위주의 경기를 했고, 이 때문에 저학년 선수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에 경기 경험을 쌓지 못하는 것은 발전의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선수와 선수 간의 격차를 만들고, 나아가 팀과 팀 간의 격차를 벌릴 수 있으며, 전체적인 유소년 축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초중고리그다. KFA는 정부와 손을 잡고 주중에는 공부하고 주말에 경기하는 선진국형 유소년 축구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목적으로 2009년 초중고리그를 공식 출범했다.

슬로건은 ‘Play, Study, Enjoy(축구하고, 공부하고, 즐기고)’였다. 성적 지상주의가 강했던 과거의 유소년 축구에서 축구하고, 공부하고, 즐긴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초중고리그의 출범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변화였다. 한국 유소년 축구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모두의 발전을 위한 또 다른 변화를 모색 중인 초중고리그 글=안기희사진=대한축구협회
모두의 발전을 위한 또 다른 변화를 모색 중인 초중고리그 글=안기희사진=대한축구협회

눈에 띄는 양적인 성장

초중고리그는 주말에 주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초중고 주말리그라고도 불렀다. 경기는 주말이나 공휴일, 혹은 평일 방과 후에 개최됐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김종윤 KFA 대회혁신프로젝트팀 리더는 “그동안 초중고리그하면 공부하는 운동 선수가 많이 부각됐는데 사실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도 공부하는 운동 선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중고리그 출범 초기에는 현장의 여러 의견들이 있었다. 찬성하는 쪽도 있었지만 반대와 우려를 표하는 쪽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하게 공감한 것은 아이들의 경기 경험 증가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였다. 지도자들은 경기를 지속적으로 치르는 것이 아이들의 기량 발전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9년 당시 용마중학교를 이끌고 중등리그에 참가했던 장민석 감독(현 JSUN FC U18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은 경기 경험이 모자라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등리그가 출범하기 전에도 항상 아이들에게 많은 경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팀을 지도했던 입장에서 중등리그는 좋은 시도였다”고 말했다.

초중고리그는 2009년부터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출범 첫 해에는 초등 266팀, 중등 175팀, 고등 135팀 등 총 576팀이 참가했지만 2022년에는 초등 370팀, 중등 275팀, 고등 197팀 등 총 842팀이 참가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전체 팀 수가 감소 추세였음에도 초중고리그의 참가팀 수는 갈수록 증가했다.

참가 팀의 면모도 2009년에 비해 달라진 점이 많았다. 출범 첫 해에는 학교 팀이 리그의 주된 구성원이었다면 이제는 학교 팀이 조금씩 줄어들고 클럽 팀이 더 많이 참가하는 양상이 됐다. 기존에 있던 학교 팀이 클럽 팀으로 재창단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 원인이었다. 그만큼 보다 다양한 팀, 다양한 선수들이 초중고리그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실력을 펼쳤다.

리그 시스템의 변화도 있었다. 초중고리그는 출범 초기부터 권역리그 성적 우수팀이 참가하는 왕중왕전을 운영했다. 초등리그의 경우 2018년부터 왕중왕전 대신 꿈자람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등리그도 2018년에 왕중왕전을 폐지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운영 중이다. 고등리그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후반기 왕중왕전으로 진행됐지만 2019년부터 전반기에만 왕중왕전 한 차례가 열리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초등리그의 경우 성적 지상주의를 없애고 즐기는 축구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2019년 8인제 경기 도입과 저학년 리그 실시, 그리고 시상 폐지가 바로 그것이다. 초등 저학년 리그의 경우 권역리그를 운영하는 시도협회 재량으로 여자 축구팀, 여자 선수들의 참가도 가능해졌다.

2009년 초중고리그의 탄생은 유소년 축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글=안기희사진=대한축구협회
2009년 초중고리그의 탄생은 유소년 축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글=안기희사진=대한축구협회

이제는 미래를 고민할 때

14년의 시간 동안 초중고리그는 학교 체육의 근본적인 시스템을 변화시켰다. 축구에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야구, 농구 등 다른 스포츠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낳기도 했다. 학기 중 지방 토너먼트 대회가 폐지되고 학교체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것이 됐다. 과거에는 공부와 운동을 동시에 모범적으로 하는 팀에게 모범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제는 또 다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시간을 뒤로 하고 초중고리그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른바 ‘초중고리그 시즌2’가 바로 그것이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는 시즌1으로 양적인 성적이 목표였다면 올해부터 2032년까지는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개편을 해 나갈 예정이다.

아직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초중고리그 시즌2’의 대략적인 골자는 리그 라이선스 기준 강화, 고등 광역리그 운영, 수준별 경기, 저학년 리그 개최를 통한 보다 많은 경기 출전 경험 쌓기 등이다.

물론 현장과의 소통과 예산 확보 등 가야할 길이 아직 남아있다. KFA는 지속적으로 초중고리그 구성원들과 협력해 아이들의 발전을 위한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감종윤 리더는 “큰 점수차로 패배하는 경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팀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준비가 되어 있는 팀을 엄선해서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초중고분과위원회의 의견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장민석 감독은 초중고리그 참가팀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리그 출범 초기에는 왕중왕전 결승전 진출팀들이 한국 축구의 성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꿈의 무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결승전은 어린 선수들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하지만 현재는 중립 지역에서 왕중왕전이 모두 열리고 있다. 장 감독은 “경기 수가 많아 주말에 잘 쉬지 못하기도 하는 만큼 동기부여를 위해 우승팀에게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한 번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초중고리그 시즌2’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결국에는 모두가 아이들의 발전, 성장에 공감하는 만큼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로 변화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그렇지만 14년을 넘어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만큼 초중고리그가 불러올 두 번째 변화가 기대된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ISSU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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