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의 세상읽기] 긴급재난지원금 논쟁 : 관료공화국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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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용의 세상읽기] 긴급재난지원금 논쟁 : 관료공화국의 그림자
  • 유창수 기자
  • 승인 2020.04.24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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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당선자의 능력검증 대상
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총선이 끝났다. 180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끝났다.

민심은 두 양당이 국회의석의 90%를 넘게 차지하며 여대야소의 양당제가 강화된 양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마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여전히 정부와 국회(20대)는 시끄럽다.

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와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소득 하위70%에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 때 공약한 대로 100%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결국 지난 23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설득하여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를 국회에서 마련할 것을 전제로 하여 전 국민 확대 지급 방안을 수용하기로 결정되었다.

그 사이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여전히 120석의 거대정당인 미래통합당은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필두로 「고소득자 기부 제도+전 국민 확대 지급」에 ‘곳간지기(홍남기 부총리)가 돈 없다는데 여당이 곳간 털어먹으려 하나’ 강한 반발을 표하며 원내 합의를 해주지 않고 떼를 쓰고 있다.

늦어지는 만큼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플랫폼·시간제·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와 영세소상공인, 홀로 사는 빈곤 어르신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생계위기까지 처해지고 있다. 재난지원금의 명칭에 ‘긴급’이 들어갔는데, 정작 5월 지급도 불투명해 ‘긴급’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총선이후 1주일 가까이 보여줬던 기획재정부와 홍남기 부총리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미 긴급재난지원금은 20% 지방비 매칭을 전제, 1인가구 40만원~4인가구 100만원 지급으로 세대당 인구 2.3명(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가구당 국비 52만원, 1인당 23만원 수준으로, 예산소요액은 하위70% 지급일 때, 7.6조원에 불과한 상태였다.

전 국민 확대 지급 시에 3조원 추가소요, 세계 최하위 수준의 국가채무비율에도 불과하고,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로 1주일 내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기재부가 추경 증액에 부정적이라면 홍 부총리 해임안도 건의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놓은 바 있다.

이러한 당정 간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에는 대한민국에 뿌리박힌 ‘관료공화국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여당의 대표가 엄포를 놓는 데도 홍남기 부총리는 국채발행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며 완강히 며칠 간 버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통합당과 짝짜궁이 맞으며 균형재정론(재정건전성)을 넘어선 ‘긴축재정론, 작은정부, 복지는 낭비’라는 시각이 드러났다. 역대 한국정부에서 기재부 경제/재정관료가 예산편성권과 집행권을 틀어쥐어 왔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면이다.

이낙연 당선자의 21대 국회에서 의정활동 방향, 그리고 향후 대권 후보로서 능력검증은 무엇보다 바로 이러한 관료공화국의 그림자를 지우고, 행정부 관료 통제 및 말싸움에서지지 않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총리시절, 이낙연 당선자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야당의원들을 압도하는 전 국정을 아우르는 정책과 제도, 법안에 대한 이해, 격조 높으면서 위트 있는 발언 능력이 이제는 노회한 관료들을 제압하고 통제하고, 견제하는 능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고광용(高龍)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약력

생년월일 : 1984. 3. 5

◇학력

고창 매산초등학교 졸업

고창 대성중학교 졸업

전주 완산고등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사 및 행정학 석사

고려대학교 행정학 박사수료

◇경력

前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

前 한국행정학회 학술정보위원 운영이사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행정학회 학술정보위원

한국외대 행정학과 외래교수

고창 주간해피데이 칼럼니스트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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